아름다운 것들을 광적으로 모으는 수집가 답게 화려한 무대의상을 선보이는 쇼맨, 엘튼 존(Elton John) 경은 구찌 의상을 입고 생에 마지막 월드 투어인, ‘페어웰 옐로우 브릭 로드 투어’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1970년대 무대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스타일에서부터 생에 마지막 투어를 위해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선보일 의상까지, 그의 스타일에 관해 구찌 웹사이트(Gucci.com)에서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페어웰 옐로우 브릭 로드’ 월드 투어 의상을 위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와의 창의적인 협업은 어떻게 시작 되었나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의 수장이 된 이후 그가 만들어 낸 놀라운 작품 모두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의 엄청난 팬이 되었죠. 대담한 방식으로 컬러를 조합하고 디자인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그 안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내는 그의 감각은 패션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어요. 저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그의 디자인을 매우 좋아해요. 그의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커리어를 시작하고 처음 30년 동안 미친 듯이 패션에 열정을 품었던 제 모습이 떠올라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컬렉션을 보다가 과거에 제가 선보였던 무대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죠. 그를 직접 만났을 때, 그의 친절한 태도와 장인 정신을 향한 열정에 아주 감동했어요. 둘 다 열렬한 수집가이고 빈티지와 컨템포러리 스타일의 믹스 매치를 즐기는 등 비슷한 점이 많았기에 그와 빠른 속도로 친해졌죠. 저는 커리어 초기 시절부터 입고 나온 제 무대 의상을 모두 아카이브에 보관해 왔어요. 알레산드로와 그의 디자인팀과 함께 저의 보물 상자를 열어보면 아주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죠.
투어 의상 중에서 어떤 의상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또 그 의상이 제일 마음에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의상 하나만 콕 짚어 선택하기가 힘들어요. 모든 의상이 전부 아름답고 정교하게 제작되었기 때문이죠. 무대 위의 예술가로 탈바꿈시켜주는 화려한 의상이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해요. 알레산드로와 구찌 디자인팀에서 제작한 극적인 분위기의 의상은 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해주는 것 같았어요.
구찌의 2018 봄/여름 패션쇼 컬렉션에 등장한 몇 벌의 의상은 당신의 무대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과거에 그다지 향수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의상들이 과거의 무대 의상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런웨이에서 그의 컬렉션을 보면서 컬렉션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컬렉션은 단순히 과거에 제가 선보였던 의상을 고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솜씨 좋게 재해석해서 오늘날 구찌가 보여주고자 하는 비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죠.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어요. 알레산드로가 제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핵심 디자인을 현대적 감성에 맞추어 재해석해낸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강렬한 감정이 마구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렇게 튀는 의상을 입고 공연을 했었는지 지금 보니 믿기지 않네요. 특히나 1970년대에요! 그 당시 패션을 돌이켜 보면, 저는 사탕 가게에서 신나서 뛰어다니는 덩치 큰 아이였던 거 같아요. 평범하지 않은 더 새롭고 더 대담한 의상을 선보이려고 노력했죠. 오늘날 구찌 스토어에 들어서면 그때와 같은 열정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어요. 구찌 스토어에 구찌와 엘튼 존이 함께 만든 의상이 선보여지는 순간 특별한 여정이 시작될 거에요.
스스로를 수집가라고 칭하셨는데, 주로 어떤 것들을 수집하시나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을 수집해 왔어요. 특히 19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 소규모의 흑백 사진을 주로 수집했죠. 그런 오래된 것들을 모으고 감상하는 것을 즐겨요. 레코드판을 모으는 것도 아주 좋아해요. 1990년에 엘튼 존 에이즈 재단(Elton John AIDS Foundation)의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 기존에 모아둔 컬렉션을 팔고 나서 최근 몇 년 사이 레코드판을 다시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레코드판 특유의 촉감과 냄새가 너무 좋아요. 또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음악을 트는 것, 레코드판이 만들어 내는 특별한 사운드도 매우 좋아하죠. 어디를 가든지 레코드 가게가 있으면 꼭 들러서 새로운 앨범이 담긴 레코드를 매주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정도는 사려고 해요. 또 커다란 안경을 모으기도 하는데 매우 아끼는 컬렉션이죠. 무언가를 살 때는 그 물건이 지닌 가치도 보지만 외적으로도 아름다운 물건을 사는 걸 좋아해요.
이번 ‘페어웰 옐로우 브릭 로드 투어’에서는 무엇을 수집하고 싶으신가요?
투어를 진행하면서 쌓아갈 추억이죠! 전세계를 여행하는 아주 강렬한 여행이 될 거예요. 특히 이번이 생에 마지막 투어인 셈이라 더 뜻 깊은 추억이 될 것 같네요.
1970년대에는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예찬하는 공연을 선보였었는데요, 지금의 무대 공연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점이 다른가요?
오늘날 아티스트들은 이전보다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1970년대에 작곡가이자 무대예술가로 활약할 수 있어서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는 음악, 패션 그리고 영화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창의성이 폭발하던 때였으니까요. 어디를 둘러 보든지 영감을 받을 만한 소재들이 넘쳐났죠. 독특한 개성이 범람하고 새로운 것을 열망하는 대변혁과 더불어 긍정적인 기운과 희망이 공존하던 시기였어요. 저는 현 세대가 알레산드로의 구찌 컬렉션이 보여주는 1970년대 시대사조에 열광하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해요. 알렉산드로가 구찌에 개인의 개성을 예찬하는 정신을 불어넣는 방식은 정말 감탄할 만하죠. 제 파트너 데이비드와 저는 둘 다 알레산드로가 디자인한 옷을 매우 사랑하지만 실제로 구매할 때는 서로 완전히 다른 의상을 선택해요. 그가 디자인한 의상은 각자의 개성과 성격을 드러내 주죠. 구찌에서 알레산드로가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은 삶의 다양성을 예찬하는 것이에요. 지금 세상에는 너무 많은 부정적인 기운과 분열이 넘쳐나고 있어요. 그런 가운데서 그의 디자인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며 서로 다른 이들을 끌어안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남들과 다른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예찬하고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 말이에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가 알레산드로의 패션과 비전에 열렬히 공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유쾌하고 행복한 세상이죠. 그의 패션과 비전은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특유의 개성을 잃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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